고객의 재발견_2

By | 2009년 10월 17일

고객과 반복해서 대화해야 하는 이유

“아빠, 우리 백화점에 가자. 나 드레스가 필요해.”
“그래 그럴까? 우리 귀염둥이.”
“아빠, 걱정 마. 나 뭐 살지 알고 있거든! 은 목걸이를 해야 하니까, 무릎까지만 오는 파란색 하이 네크라인 드레스가 필요해.”

… 나중에 쇼핑몰에서…

“우리 딸, 그건 핑크 드레스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잖아. 그리고 가슴 선이 너무 파였는데. 하이 네크라인 드레스는 어쩌고? “
“아빠 바보. 이게 진짜야. 이게 내가 찾던 거라니까! “

…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어디서든 ‘대화’는 필수죠. 굳이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라고 규정 내리지 않더라도 자신이 속한 어느 영역에서든 대화는 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죠. 가끔, 뭐, 대화는 하수들이나 하는 소통 방식이라고 ‘깨달음’ 혹은 ‘영성’이 먼저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고난한 속세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중생들이야 가장 기본적인 대화에서 소통의 단서를 잡지요. 하기야 그것도 잘 못하거나 혹은 안 하거나 하는 게 현실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대화 한번 한다고 의사소통이 다 된 거라고 혹은 잘 될 거라고 믿는 건 너무 안이한 생각일 겁니다. 위 귀염둥이가 진짜루 원한다는 게 ‘분홍 보자기’라는 걸 누군들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모든 고객들이 이 귀염둥이마냥 변덕이 죽 끓듯하다고 희화화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현업에서 나름 업을 쌓아가는 이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닐 성 싶습니다.^^

이해관계자중심 개발방식에서는 개발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반복적으로 대화하라고 권합니다. 그래야 이해관계자의 상황과 요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단순히 파악만하고 넘어가라는 정도가 아니라 파악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심화시키라고 합니다. 파악하는 거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닌데 파악했다고 손 놓고 있지 말고 더욱 심화시키라니,,, 참……

반복적으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그들의 목표에 대한 이해를 심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뭐 대략 눈치 채셨을 거라 사료됩니다만,  어쩌면 지극히 단순하리라 봅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정의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일 겁니다. 소프트웨어라는 제품이 눈으로 보기 전에는 이게 고객 자신이 정말 원하는 건지 아닌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물성의 한계가 명확하기에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완결된 형태의 제품을 만들기란 참으로 어려운 문제겠죠. 그래서 저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설계한다는 것은 마치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쇼핑몰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 모양입니다.

또 저자들은 주관적 추측이나 논리적 추정이나 다같이, 이 환장할(?) 불확실성을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면서 ‘감정이입 디자인(empathic design)’이라는 개념까지 차용하며, 대화의 심화를 강조합니다. face-to-face에서 블로그, 위키, 커뮤니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대화 방법을 이용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계속적으로 피드백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대화하라는 건 또 아니고,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기대하는 TO-BE 미래목표가 무엇인지 잘 살펴서 거기에 맞게 대화하라고 합니다. 이 지점에서 궁금해지는 건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고 과연 대화라는 게 잘 될까하는 점입니다.

사진작가 최민식 님은 ‘렌즈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하고 사진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합디다. 사진이라는 게 작가와 세상이 만난 결정적인 순간을 관객과 작가가 소통하고 공명하게 하는 거라면, 잘 찍었다고 말하는 사진이 단순히 기교나 기술만 갖고 말하는 건 아닐 뿐 아니라 또 그렇게 될 리도 만무일 겁니다. 먼저 세상을 향해, 타인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겠죠.

이해관계자중심 사고방식(OID Thinking)에서 말하는 대화도 단순히 기교나 기술을 의미하지않습니다. 고객에 대한 감성적 이해와 이성적 분석이 상호 유연하게 결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먼저 고객에 대해 마음을 열고 피드백을 받고 분석하고 다시 소통하는, 고객과 서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화를 지향하는 겁니다. 말은 쉽지만 참 어려운 구석이 많습니다. 


‘많은 대화가 곧 많은 이해다’라는 등식이 성립되긴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길든 짧든 유의미한 대화를 한다면 그에 따른 성과가 나오리라 믿습니다. 모든 게 그렇듯이, 프로젝트라는 시공간 내에서도 고객과의 대화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의미 있는 대화가 되어야 할 겁니다. 이를 위한 여러 가지 조건 중에 하나가 대화 당사자들이 관점과 태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진에서의 스냅샷이 ‘결정적인 순간으로 영원’을 잡듯, 고객과의 진실한 대화로 ‘결정적인 고객의 영원한 마음’을 잡으시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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