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글

 웹 폼 디자인- 옮긴이의 글

 

                                     폼은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 방식이다!

 

루크 로블르스키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작년 초 우연히 그의 블로그를 찾았을 때다. 당시 출판 예정이었던 이 책의 발췌본에서 소개한 ‘가입 폼은 사라져야 한다'(sign-up forms must die)라는 포스트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신상 정보를 요구하고, 정보를 주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나라 웹 사이트들이 차츰 변화하길 기대하던 시기였기에 그의 주장은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웹 사이트를 처음 찾아 갔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존재가 가입 폼인 경우가 많다. 가입 폼은 사람들에게 낯섦과 피곤함을 안긴다. 어떤 서비스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가입부터 하라는 것은 물건을 채 보여 주지도 않고 돈부터 내라는 요구처럼 당혹스럽다.

 

물론 이 책이 회원 가입 폼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사용자에게 이 사이트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먼저 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원 가입은 그 다음이라는 말이다. 가입 또한 사용자가 왜 이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무조건 상당한 신상 정보를 요구 받는 식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나 편의를 위해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해야 사용자의 거부감을 줄이고 가입률은 높일 수 있는 윈윈이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웹 폼 디자인을 다루는 이 책에서 저자는 웹 폼이 사라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한다. 폼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대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항목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만큼 폼 구성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웹 사이트들의 상당수는 폼으로 구성된다. 회원 가입 폼을 빼더라도 카페, 블로그 등의 글 작성부터 시작해 은행 사이트에서의 계좌 관리, 온라인 쇼핑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도 모두 폼을 이용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자동차 다이렉트보험 또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도구가 웹 사이트의 보험 가입 폼이다.

 

상당수 웹 사이트들은 폼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관심을 거의 갖지 않는다. 눈에 잘 보이는 메인 페이지나 인포메이션 아키텍처, 제공 콘텐츠에는 큰 관심을 갖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웹 사이트를 방문해 이용하는 과정에서 폼 때문에 어떤 고통을 겪는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 시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쉬운 항목 선택을 위해서는 어떤 입력 필드를 쓸 것인지는 시간에 쫓겨 늘 뒷전이다. 예전에 썼던 폼을 그대로 쓰거나 다른 사이트의 것을 조금 수정해 쓸 때가 많다.

 

사용자 경험은 예상 외로 작은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잘못 짜인 폼 구조와 요소 때문에 사용자가 클릭을 몇 번 더 하게 되고, 스스로 자책하거나 사이트를 원망하게 된다면 긍정적 사용자 경험을 기대하기 어렵다.

 

폼은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 방식이다.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의 대화,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과의 대화. 상대방이 나와의 관계나 이야기 흐름에 맞지 않는 엉뚱한 질문을 해대거나, 말투가 무례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면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고 실패한다. 폼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민은식, 김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