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판 서문

2판에 부치는 서문

 

한동안 난 이 책을 개정한다는 데 반대했다. 이 책이 지난 이십여 년간 워낙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그 성공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적잖은 성공을 거두자 이제는 내가 어디를 가나 이 책의 소중함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이 책은 또한 내 동생 짐Jim이 나를 존경의 눈으로 보게끔 해주었다. 언젠가 짐은 가톨릭 봉사 조직에 속한 수녀님들과 회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수녀님이 짐에게 혹시 피터 블록의 동생이냐고 물었고 짐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 수녀님은 바로 이 책을 치켜들더니, “제가 하는 일에서 이 책은 성경과도 같아요.”라고 외쳤던 것이다. 그때 짐은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그 사건은 그에겐 사소한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책을 개정하고자 하는 의욕만으로 현 세대에 맞게 고치기로 맘 먹었는 데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이다.
또 다른 걱정은 가끔 지난 이십여 년간 생각이 혹시 달라졌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이 궁해지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의 핵심 부분에 관해서는 내 사고가 더 깊고 넓어지기는 했지만 그다지 변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아는 부분에 대해선 더 명확하고 단호하게 표현함으로써 더 나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난 이십여 년간 많은 것이 변했기에 어쩌면 이 책을 현 시대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듯도 싶었다. 1978년에 비주류였던 이 아이디어들이 1998년에는 주류가 되었다. 이 책의 기반이 된 아이디어는 70년대 중반 엑슨Exxon 계열사의 경영정보서비스 담당 부사장이 자신의 그룹이 자회사의 직계 조직에 권고한 사항들 중 60퍼센트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탄생하였다. 그 부사장은 권고한 사항들이 제대로 된 착상이었으며 업무 관련성도 깊었지만 고객 대부분이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노사관계 부서에서 개최한 경영 훈련 워크숍에 참석한 후, 자신의 시스템 그룹의 권고이행 비율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 기술 워크숍을 설계해 달라며 우리를 초대하였다. 닐 클랩Neale Clapp과 내가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 이 책의 근간이 된 성공적인 컨설팅 기술 워크숍을 개최할 수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개인적 관계와 팀 간의 관계가 기술적/비즈니스적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은 무척 혁신적인 것이었다. 지금은 팀과 관계의 가치를, 적어도 지식적인 측면에서는 그때보다 훨씬 폭넓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예전보다 더 잘 어울려서 일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협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좀더 협력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도 품고 있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 책에 담긴 생각들이 계속 살아 있을 수 있던 이유는 특정 컨설팅 기술들을 전문성으로 과대 포장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일터에 자리잡은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측면을 꾸준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와 개인적인 발전, 심지어 정신세계에 관해서까지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아직까지도 많은 조직이 전략과 구조, 기술만이 정말로 중요한 양 여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까지 관계란 것을, 꼭 필요하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참아내야 하는 것 정도로 취급하기 때문에 업무 처리나 의사 소통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당연하게 그렇게 해버린다. 그 결과 우리는 대부분의 전화 통화를 ARS 기계와 하고, TV나 컴퓨터 단말기를 이용해서 학습하는 것을 큰 혜택이라고 보고, 평온함과 좀더 조화로운 삶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최소화된 재택 근무를 독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계를 관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관계가 기술이나 자동화된 루틴에는 필요하지 않는 그 어떤 것, 즉 우리 자신을 알고, 진정성을 우리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은 간단히 말해 자신에게 참되며, 다른 이들을 정직하게 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진정성이란 것은 우리 일터에서 참으로 드물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상호작용은 역할 수행, 위치 선점, 전략과 같은 요소를 수반한다. 이런 요소는 주변 환경과 그 안의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우리의 소망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책은 진정성이란 조감도에 대한 길고도 자세한 묘사다. 이런 흔하지 않는 내용은 우리의 사고를 건강하게 하는 데도 좋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제 진정성을 가진 정직한 컨설턴트라는 말은 모순되는 두 단어의 조합이 아니라 드물지만 확고한 경쟁 우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진정성을 갖기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 위험도가 높은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조직에 잔류하는 ‘통제’라는 문화를 거슬러 오르는 것과 같다. 또한 진정성은 자신에 대한 신뢰도 요구한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감정이라는 차원에 눈을 맞추어야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금까지 낮 동안 두뇌 개발에 시간을 쏟아 붓고, 몸과 마음은 밤에 추스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정직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마음먹은 뒤에도 대부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만다.
이 책이 찾아낸 틈새는 컨설턴트와 고객 사이의 관계에 있는 가치에 천착하여 그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 정의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정판에서는 우리가 상호관계relationship라고 이름 붙인 것, 즉 전략, 구조, 기술 사이의 틈새를 더 깊고 넓게 파악하고자 한다.

 

최근에 조직을 인간적이고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여기고자 하는 관심이 일었다. 우리 일터는 인원부족으로 축소되고 있어, 조직들은 새로운 구조와 행동 방식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자체 설계된, 맞춤형 해결책과 속도에 대한 요구needs가 지금까지 이러한 움직임을 이끌어 왔다. 속도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즉석에서 의사결정하는 일이 중요해짐에 따라 컨설턴트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오랜 연구와 전문가가 제시해 주는 해법이 유행하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컨설턴트의 과제는, 점점 고객이 스스로 평가하고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으로 되어간다. 게다가 해결책의 유효 기간조차 분(分) 단위로 짧아져 권고 사항을 이행하고 나면 바로 프로세스를 전부 다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변화의 자기 관리적 측면을 다루는데, 여기서는 초판에 없던 실제 이행에 대한 몇몇 장을 추가하였다. 또한 전체 조직이 참여하는whole system 전략에 대해서도 한 장을 추가하였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일터에 대해 재고해 볼 때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점점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변화가 쓸모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단순히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것은 고객의 의존성을 높이고 고객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믿게 되었다.

 

이행에 관한 새로운 장에서는 몇 가지 전통적인 믿음에 대해서 딴죽을 걸었다. 이러한 믿음은 컨설턴트가 고객들로 하여금 문제에 맞서도록 도와주고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데 지금까지도 방해가 되는 것들이다. 이러한 나의 딴죽걸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휴먼 시스템human system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나의 철학이다. 물론 이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문 사항이 있다. 컨설턴트 스스로 ‘변화 전도사change agent’로 부르는 것이 정말 적절할까? 컨설턴트들끼리 조직 내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어떻게 ‘개입’할까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흔하다. 우리가 다른 세계에 관여하는 것은 괜찮게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 중에 누구라도 간섭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우리가 변화 전도사라면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리가 시스템을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사실 시스템도 다양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중심이다. 따라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일반화된 표현인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라는 말은 또 어떤가? 정말로 변화가 관리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변화라는 것이 우리가 염두에 둔 어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닐까?

 

이에 대한 대안은 이행의 핵심이 실지로 참여의 기술, 즉 사람들을 모아 제대로 실행되도록 계획하는 일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의 기반에는 관계, 헌신, 책임과 같은 무형의 것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궁극적으로는 이행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이라는 생각이 있다.
우리가 점점 외부인 조언의 가치를 의심하고, 컨설팅의 가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어느 때보다 팽배해졌음에도 외부 컨설팅 세계가 널리 상업화되었다는 것은 모순이다. 한때 여섯 개였던 거대 회계법인이 이제는 규모가 더 커진 세 개의 컨설팅 회사로 변했다. 정보화 시대에 대한 요구와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라는 짧지만 눈부신 발전 속에서 변화 관리와 조직 개선 컨설팅은 큰 사업이 되었다. 이로 인한 혜택으로 컨설팅 시장이 더 넓어지고 컨설팅의 프로세스 개선이라든지 팀 구성, 문화 변화 같은 것이 더 잘 팔리고 더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 반면에 이제는 컨설턴트의 과장된 약속 때문에 고객이 실망하는 경우가 훨씬 넓은 범위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변화가 상업화’되어 드러난 어두운 단면이다. 실망으로 끝난 컨설팅이 냉소주의로 표현되어 결국 차후에 변화를 이루려는 우리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이제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다.

 

컨설팅을 통해 우리가 변화를 만드느냐 아니냐를 진정으로 알 수 있는지 나는 항상 고민해 왔다. 컨설팅이 정말로 가치를 늘여주는지 내가 고민하기 시작한 이유는 내 인생과 직업을 이해하며 겪은 변화 때문이다. 이것은 컨설턴트의 존재로 인해 드리워지는 어두운 단면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각각의 서비스 행위에는 컨설턴트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측면이 있다. 최고의 컨설팅은 사랑의 행위다.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 싶고, 우리가 아는 것이나 느끼는 것, 또는 지금까지 견뎌왔던 일들을 바탕으로 다른 이가 짊어진 짐을 덜어주고 싶은 소망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관대함에는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감사의 말을 들으려는 소망도 들어 있다. 항상 현명해 보이고, 항상 옳은 것처럼 보이고, 항상 통찰력을 지닌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다. 게다가 사람들의 변화를 자신의 공로로 자랑스럽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고객들에게 우리의 도움에 대해 돈보다 값비싼 무언가를 달라는 미묘한 요구인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컨설턴트가 높은 통제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그 안에 원죄는 없다. 통제가 배려라는 형태로 포장된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내부 컨설턴트나 외부 컨설턴트 모두 오늘의 컨설팅 서비스가 내일의 더 많은 컨설팅 수요로 이어지는가를 기준으로 도움의 가치를 측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현업 관리자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는 소망은 실제로 고객에 대한 배려를 상업화하는 것이다.
컨설팅에 대한 이러한 우려와 터무니없는 이익을 취하려는 측면을 생각하여 컨설팅의 윤리와 그늘진 면에 대한 장도 추가하였다. 이 장에는 우리가 어떻게 서비스를 상업화하였으며 우리 자신 사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이 실렸다. 고객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사업이 성장하는지 묻지 않고도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컨설팅 작업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는 많은 현업 관리자가 자기 역할을, 자문하고 조정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다. 예전엔 명령과 통제였던 관리자의 기능이 이제는 교도(敎導, coaching) 기능으로 바뀌었다. 좀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변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인해 통제권을 휘두르는 상사는 결국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사람이 돼 버렸다. 이제 컨설팅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틀 안에서 사회적인 계약을 맺고 변화를 관리하는 일이다. 현업 관리자들이 이 책에 담겨 있는 대부분의 방법을 자신의 관리 문제에 적용하고 싶다면 많은 노력도 들일 필요 없이 말만 조금 바꾸면 될 것이다.

 

피터 블록
1999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