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통의 가능성, 재잘재잘 피지컬 컴퓨팅 DIY

By | 2014년 1월 15일


일상의 사물과 장치들이 모두 컴퓨터 기능을 내장하고 있는 세계, 즉 유비쿼터스 시대는 이미 우리 삶 속으로 어느 정도 녹아 들었습니다.  유비쿼터스를 구현하기 위한 임베디드 기술, 피지컬 컴퓨팅은 이제 사물 간 통신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나의 장치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넘어, 다양한 장치들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소통하는 시대로의 흐름은 언뜻 보기에 매우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인간이 하는 일이 모두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누군가와 그 생각을 나누지 않는다면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내기 힘들기 때문이죠. 이렇게 컴퓨터 기능을 갖춘 사물들이 서로 (재잘재잘)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재잘재잘 피지컬 컴퓨팅 DIY』입니다.

원서 제목은 『Making Things Talk』입니다. 원제는 딱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 느낌을 살려 번역서 제목을 짓기가 어려워 제목 공모 이벤트를 하기도 했지요. ‘사물 간 통신’과 관련한 용어를 검색해보면 M2M(Machine to Machine, 사물 지능 통신)이나 MTC(Machine Type Communication), IoT (Internet of Thing), WoT (Web to Thing) 등 여러 용어가 사용되고 있어 어느 한 가지를 제목에 넣기 어려웠습니다. 또 전문용어를 사용하면 독자에게 너무 고난이도 기술을 사용한다고 인식될 수 있기도 하고요.

Making Insight는 최신 기술을 다루지만 전문가만 대상으로 하는 책이 아닙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그 방법을 공유하는 책입니다. 그렇기에 ‘피지컬 컴퓨팅’이라는 (비교적) 전통적인 용어에 ‘재잘재잘’이라는 의성어를 붙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톰 아이고(Tom Igoe)가 공동집필한 『피지컬 컴퓨팅』(지구문화사)과의 연결성도 발견할 수도 있지요.)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thing)’들이 재잘거리며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적인 기술서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에는 블루투스나 TCP/IP 스택을 다루는 세부적인 예제 코드가 없으며, 이더넷 제어 칩의 회로도도 없다. 이 책에서는 단순성, 유연성, 비용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는 부품들을 사용한다. 또한 최소한의 회로 구성 및 코드가 필요한 객체지향적인 하드웨어를 사용하며, 최단 시간에 사물들이 서로 대화하도록 만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재잘재잘 피지컬 컴퓨팅 DIY』xv쪽)

그렇다면 이 책은 대체 어떤 사람을 위한 책일까요? 지은이가 책에서 예로 든 독자를 살펴봅니다.

– 학생들에게 학교 주변의 여러 장소의 날씨 상태를 동시에 관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하는 과학 교사
– 방 안 가득 춤추는 조각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조각가
– 새로운 제품의 형태와 기능을 모두 디자인하며 빠른 시간 안에 모형을 만들어야 하는 산업 디자이너
– 집 밖에서도 고양이와 놀아주고 싶어하는 애완용 고양이 주인
– 레고 마인드스톰으로 무언가 만들어 보았고 그 물건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만든 물건과 통신하게 만들고픈 취미가
– 네트워킹과 웹 서비스에는 익숙하지만 임베디드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에 대한 안내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 그 밖에 기술력은 없지만 관심은 매우 큰 모든 사람!

이렇게 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책에서는 아두이노, 각종 실드, 통신장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와 프로세싱, PHP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룹니다. 원격 온도 조절기부터 네트워크 기반 게임 컨트롤러, 대기 환경 계기판, 유해 물질 센서, 블루투스 GPS, RFID와 트위터를 연동하는 프로젝트까지 33가지 프로젝트가 긴밀하게 조직되어 있습니다. 이 책 자체가 ‘광범위하고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거대하고 복합적인 광장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옮긴이 황주선 님의 말이 실감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본문에 삽입된 그림을 보면 이 ‘광장’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소통 방식이 다양했던 때가 있었나 싶은데(방식이 아니라 통로만 많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요), 사물을 통한 소통까지 추가되다니… 다양한 사물들의 소통은 결국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갈까요? 이 책의 지은이는, 비록 책에서는 사물들이 서로 대화하도록 만드는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화하는 사물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비추고 있습니다. 사물들을 대화하게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진정한 소통은 어떠해야 하는지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번역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이 책을 오랫동안 옮기고 다듬느라 많은 공을 들이신 황주선, 김현규 님께서 보낸 옮긴이의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뿐만 아니라 기술과 사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보게 했던 내용을 발췌해 공유합니다.

저자는 통신과 네트워크의 최종 목표가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지향하는 지점에는 사물과 사람이, 그리고 사물 너머의 사람과 사람이 보다 수월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러한 생각은 책에 수록된 프로젝트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적인 일상과 추상적인 데이터를 연결하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또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잊지 않도록 독자에게 당부합니다. 자신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것도 기쁘고 소중한 일이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나눌 때 프로젝트의 가치도 더욱 커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통신과 네트워크가 우리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새 매우 커졌고 또한 자연스러울 정도로 일반화되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호기심에 이끌려 아두이노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도 학기 말이 되면 알게 모르게 통신과 네트워크 분야를 포함하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통신과 네트워크를 다룬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보다 공적인 언어로의 사고전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상황을 인식하는 학생들은 그동안 너무나도 익숙했던 ‘대화하기’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과정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리고 ‘말하기’와 ‘듣기’를 아두이노에게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신도 그 과정에 대해 재학습합니다.
– 황주선

이 책은 다양한 장치들을 서로 연결시키기 위한 물리적, 전기적인 규격인 인터페이스와 장치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약속인 프로토콜, 받아들인 정보에 대해서 반응하고 처리하는 응용 예제에 이르기 까지 연결된 장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보를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connected device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장 쉽게 설명한 책인거죠.
장치를 서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장비로 처리할 수 없었던 일들을 서로 연결되어 일을 분산해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만, 취미로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데이터를 얻어오는 부분(보통 센서겠죠?)과 받아들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부분, 그리고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부분을 분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좀 더 큰 의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즉,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데이터를 얻어오는 센서들이나 인터페이스를 장치시킬 수 있고, 위치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사용자가 이해하고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이전에 어떤 것을 만들때 물리적인 제약사항들이 상상을 제한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서로 연결된 장치들을 사용함으로써 좀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만들어 낼 것을 구상할 수 있게되었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제한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늘어난 상태라 볼 수 있죠. 이 책에서는 상당히 광범위한 연결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이제 방법은 있습니다. 상상하세요.
– 김현규

* 인터넷 서점 예약 판매 링크

YES24 | 교보문고 | 알라딘 | 인터파크

 

* 용어 설명 참고 링크
http://www.seri.org/db/dbReptV.html?menu=db12&pubkey=db20130822001
http://kimseunghyun76.tistory.com/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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