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패턴 랭귀지(A Pattern Language)』

By | 2013년 7월 2일

 


원서 표지와 번역서 표지

이론가이며 사상가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패턴 랭귀지(A Pattern Language)』가 이용근, 양시관, 이수빈 님의 번역으로 출간 되었습니다. 장장 5년여의 대장정이 이제야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출간 소식을 전해 듣고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모든 분께 감사 올립니다.
사실 컴퓨터 전문 출판사에서 건축 분야 책을 낸다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알렉산더의 책은 더더욱 그랬습니다. 그나마 이 책이 그의 저서 중 가장 대중적인 책이긴 하지만, 알렉산더의 이상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의 지팡이 격인 패턴 랭귀지도 제대로 이해한다고 할 수 없으니. 텍스트의 개념과 맥락을 어떻게 엮어나갈까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역자 분 모두 번역하시느라 무척 고생하셨습니다. 아무쪼록 고생한 만큼 관심 주신 모든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이 되길 조심스럽게 소망해봅니다.

 

패턴# 1. 자립 지역

이 책의 원서 표지에 인쇄된 책 소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패턴 랭귀지』는 건축과 계획에 대하여,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기술한 세 권의 책, 제1권 『시간을 초월한 건설의 길(The Timeless Way of Building)』, 제2권 『패턴 랭귀지(A Pattern Language)』, 제3권 『오리건대학의 실험(The Oregon Experiment)』 중에서 두 번째 책이다. (발간은 역순이다.) 이 책의 목적은 건축·건설·계획에 대한 현재의 개념을 대신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을 제공하며 점진적인 발전을 해나가기 위함이다.” (…….)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집, 거리, 공동체를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곳은 건축가가 아니라 그 속에 사는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다. 이런 환경을 설계하는 데는 반드시 일정한 ‘랭귀지’가 필요한데, 이 ‘랭귀지’가 언어로 서로의 의사를 소통하듯, 일정한 형태적 문법 안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의 구성요소가 바로 ‘패턴’이다. 각 패턴은 문제 제기, 문제 논의, 문제 해결의 순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패턴#2: 도시의 분포

원래 이 책은 『시간을 초월한 건설의 길』의 자료집에 해당하는데 이 책에서 알렉산더의 건축에 대한 기본 사상과 이론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한 방울의 물에 우주가 비끼는 법, 동양의 노자사상과 중용사상이 물씬 배어나옵니다. 서문을 대략 좀 보면,

“도시와 건물은 시간을 초월한 방법으로 운용되어야 살아 숨 쉴 것이다. (…..) 이 방법을 찾으려면 우선 반드시 이름을 지어 부를 수 없는 그 질을 알아야 한다. 인간, 마을, 건물, 야생의 생명과 영혼의 근원인 중심적인 질이 존재한다. 이 질은 스스로 그러하며 엄밀하지만 이름을 붙일 수가 없다. 한 인생에서 이 질을 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근원을 구함이요, 그 인생사의 정수를 구함이다. 가장 생명력이 강한 시간과 공간을 추구함이다. 건물과 도시 안에서 이 질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공간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것들의 특정 패턴에 의해 그 장소의 특성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

 

패턴#4: 농경 골짜기

“이 질은 스스로 그러하다. 이름을 붙을 수 없는 질에 닿기 위해서는 마치 관문처럼 살아있는 패턴 랭귀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건물이나 도시에서의 이 질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 인간 일상의 자연스러운 행위에 의해 스스로 생성되는 것이다. 마치 꽃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씨앗에서 스스로 생성되듯이…….”

“무에서 전체가 모습을 드러내면, ‘시간을 초월한 길’이라고 이름 붙인 그 영원한 특성을 보게 될 것이다. 이 특성은 명확하고 선명하고 엄정한 형태적 특질이며, 건물과 도시가 생명력을 지닐 때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질이 건물에서 현현함이다.”

 

모든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사용자가 스스로 설계· 시공하자, 인공도시가 아니라 자연도시를 만들자!는 알렉산더의 외침, 너무 이상적인가요? 섬을 꿈꾸는 자만이 섬에 가 닿는 법,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바로 현실 가능성으로 나타납니다.

XP 운동의 대부, 켄트 벡은 『익스트림 프로그래밍(eXtreme Programming Explained)』에서 “소프트웨어에는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 기회가 존재한다”라고 알렉산더가 꿈꿨던 이상의 현실화 가능성을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발견합니다. 23장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프로그래밍 방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공간을 설계하는 권력을 거기에서 자신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알렉산더의 꿈이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건축의 패턴을 수집해서, 집을 설계하고 지을 때 반복해서 일어난다고 알려진 문제점에 대한 좋은 해결방법으로 정리했다. 패턴은 절대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으며, 전문 설계가와 설계된 공간에서 살며 일할 사람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잡는 수단이었다. (……) 살아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열쇠는 그 공간의 사용자들이 지니는 개인적 선호와 사회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건축사의 깊은 기술적 이해를 만나게 하는 것이다. 이 두 관점을 하나로 조화롭게 합쳐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지 않도록 한다면, 인간적 욕구도 충족하면서 빗물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을 설계하고 건축할 수 있다.” (……)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알렉산더가 건축 분야에서 맞서 싸웠던 똑같은 힘의 불균형을 발견했다. 나는 공학이 왕이었던 실리콘밸리에서 자라났다.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당신이 모른다고 해도 우리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주리라’가 흔히 명시적으로 표현되기까지 했던 좌우명이었다. 이런 식으로 작성한 소프트웨어는 기술면에서는 뛰어나도 효용면에서는 부족하곤 했다. (……) 조화와 균형은 XP의 목표이다. 마음의 변화 없이는, 세상의 모든 실천방법과 원칙들도 단지 작고 단기적인 이익만 만들 뿐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기술적 훌륭함과 비즈니스적 미래상을 합쳐서 독특한 가치를 지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 기회가 있다. 이것이 우리의 이점이다. XP는 강력한 프로그래머들, 곧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를 빨리 추정하고, 구현하고, 배치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들의 성장에 의존한다. 이런 균형의 전제 조건은 상호 존중이다. 절대적 힘이란 없다. 함께 일하는 팀은 각 구성원이 혼자 노력한 것을 합친 것 이상을 이룩할 수 있다. 힘을 공유하는 것은 이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실용적인 생각이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GoF의 디자인 패턴 운동과 커닝햄과 벡의 XP 운동은 많은 성공과 실패 속에서 부단히 진화하고 있음을 지금도 느낄 수 있습니다. 최대한의 편리성과 미학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상호 지혜를 합쳐야 하는 법, 『패턴 랭귀지』는 그 출발에 서 있는 책입니다. 건축(공)학 관련 전공자는 물론이려니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문체와 내용을 쉽게 풀어내고자 애쓴 알렉산더의 노력이 책 곳곳에 묻어납니다. 건축학이나 컴퓨터공학을 파고 계신 분이나 일반 독자에게 좋은 책으로 남길 바라봅니다.

줄곧 번역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신 이용근 님이 쓰신 서문을 첨부합니다.

 

구입처 :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11번가] [인터파크]

7 thoughts on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패턴 랭귀지(A Pattern Language)』

  1. 열이아빠

    이 책이 처음 번역된 거라 생각했는데 이전에 나왔다가 절판된 책이 있었군요.
    왠지 절판된 책이 갑자기 구하고 싶네요. ^^

    Reply
      1. insight Post author

        네. 저작권 계약없이 국내에서 발간된 그 책이 맞습니니다.
        1, 2권으로 분권되어 발간되었었죠.

        Reply
  2. Pingback: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마! – Jason I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