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亂打) 당하는 SICP

By | 2007년 12월 28일

온라인 서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조와 해석(SICP)’를 둘러싸고 슬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발간 초기엔 책 발간 자체를 기뻐해주시거나, 이미 책을 잘 아시는 분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호평에서 시작했지만, 이젠 “무리한 한글화”가 이루어진 게 아니냐는 이견 제시부터, 심지어 “값싼 번역기나 번역자를 부려 초벌 번역된 것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는 서평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거기에 “뻔한 이야기를 겁나게 어렵게 가르쳐 줄 뿐……교육적 가치가 거의 없다”라는 혹평을 내놓은 독자까지 계시네요.

출판인, 특히 편집자에게 책은 자기가 낳은 자식과 마찬가지라 독자분들의 서평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한답니다. 특히 가혹하다 싶은 글들을 읽을 때면 뭔가 얹힌 듯 답답하기 한량 없습니다만, 평가는 독자가 하는 것!!!

사실, 그 독자분이 “논란이 많은 책”이라 표현하신 대로 SICP는 해외에서도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책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마존에 달린 별들도 극과 극이죠. 이미 이 책 원서를 교재로 가르치셨던 여러 교수님들의 입을 통해 “이런 책을 왜 교재로 하느냐?”는 이견이 강단 내에도 존재해 왔던 걸로 듣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논란이라 생각하고 있었구요. 번역에 대한 이견은 제쳐놓더라도 말입니다.
참고로, 번역자이신 김재우님은 이미 지난 2003년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게 게재한 글을 통해 SICP의 어떤 점이 책을 어렵게 만들었는지 정리하고 있으시지요.

그래도,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한마디만 덧붙이면….
책이 오랜 기간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할 때는 뭔가 이유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긍정적이든 설혹 부정적인 참조든 말입니다. 책이란 물성이, 어떤 책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살아 남았을 땐 한두 명의 좋고 싫음에 따라 움직이진 않는다는 거죠.

ps1. 세월의 흐름에서 살아 있는 책은 SICP 원서입니다. 번역본은 이제 갓 태어난 또다른 창작물일 뿐이니, 논란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차차 알게 되겠죠. 

ps2. 책을 팔아 사업을 영위하는 출판사로서는 책의 좋은 점에 대한 설명을 이러저렇게 홍보하려 했다고 생각하는데,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특히 한 독자분이 지적하신 “이 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게 뭔지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라는 의견에 간명하게 답을 해드리기엔 저희 실력이 모자라는데 혹시 답이 될 수 있는 얘길 해주실 분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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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난타(亂打) 당하는 SICP

  1. mijin

    저도 얼마전에 인사이트에서 발간한 SICP를 읽었는데
    무리한 한글화에 좀 읽기가 거북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없었어요. 읽으면서 책을 번역하는것도 만드신 것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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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ernie

    학부 때 교과서로 사용하던 책이군요 (그당시는 원서의 제본 판으로 구해썼습니다. ㅎㅎ). 교수님이 ‘성경’ 다음으로 좋은 책이라고 극찬하시던 책이었죠. 🙂 94년부터 썼으니 한국에서는 최초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저희는 ‘프로그래밍 언어’란 과목의 교재로 2학년 때 사용했는데, 외국에서는 1학년 때 사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전산학을 하는 입장에선 여러 가지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으로 기억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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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ingback: Let's groove

  4. sloth

    트랙백이 원격댓글개념이라구 하더군요.. 댓글로 달기에는 좀 길어서 트랙백을 겁니다…. 이것도 처음하려니 힘드네요 한 5분 걸렸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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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KnightOfLambda

    이 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겁니다. DSL이라는 말이 정립이 안되있을 때 그것을 보여준 명저중의 명저죠. 컴퓨터 사이언스 했네 하면 꼭 한권 갖고 있어야 하는 책. 이 책 다 이해하고 취직 안된 사람 있으면 제가 고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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